6월 12일 토요일
아침에 설잠을 잤는지 호랑이에 쫓기는 꿈을 꿨어요.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일으켰습니다.
학자금 대출 잔액을 보면 도저히 쉴 수 있다고 생각 안들기 때문에 일어나야만 해요. 그날은 현대기아빌딩 까지 가야만 했어요 직통이 없기 때문에 버스를 2번 갈아탔습니다.
도착하니 입구에 인력소에서 온 아저씨들만 12명이상이고 우리팀만 아니라 다른 인력소에서 온 아저씨들도 보였고 적어도 20명이상이 모여서 담배피면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대기업빌딩 답게 일용직 아저씨들이 코로나 설문지를 전부 작성하게 했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어요
그런다음 4명씩 묶어서 입장을했고 1층 로비에서 보안상 휴대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부착했어요
그래서 사진은 한장도 못찍었습니다. ㅠ
오늘 작업은 21층,20에 올라가서 기공,조공을 나누고 기공들은 연장으로 라커,책걸상,가벽등을 해체하고 조공들은 그걸 1층 밖에 쌓는 일을했어요
저는 1층에서 엘레베이터를 통해 내려온 짐들을 계속 밖으로 옮기는 일을 했어요. 이게 가장 힘들어보여서 그나마 젊고 건장한 제가 맡는게 나아 보였어요.
그렇게 일이 시작되었고 의자부터 시작해서 장롱,책상,해체된 가벽, 철제라커 등이 내려오기 시작했고 무게가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구르마에 아슬아슬하게 최대한 싣고 운반했습니다.
오전10시
구름 한점없는 아주 맑은날이 되어서 밖은 습하고 더워 슬슬 땀으로 쩔어가고 있었어요. 대기업 대규모 작업이라 그런지 밖에 탈수방지용으로 물과 음료수를 아이스 박스에 넣어서 배치해 놔서 쉬는시간이 오면 물과 음료수만 1~2L씩 마신거 같은데 그날 오줌한번 싸지 않은걸 보면 땀을 어마무시하게 흘린게 느껴집니다.
쉬는시간에 1층에 있던 아저씨들이 힘들었었는지 21층으로 올라가 버렸어요. 그덕에 순간 1층에는 저혼자 남아서 "올라가면 대타자를 내려보내주던가."라고 궁시렁대면서 철제라커들을 옮기는데 1층에는 저 혼자 이기 때문에 엘레베이터 앞은 계속 물건이 쌓여만 가고 엘레베이터로만 옮겨주던 아저씨들은 구르마를 밖으로 보내주고 저는 태양아래에서 리어카에 실려있는 라커와 자제들을 하차만 계속했네요...ㅠ
그러다 인력소에서 같이온 아저씨가 왜 엘레베이터에 물건이 쌓이냐고 빨리빨리안하냐고 다들 어디갔냐고 물었어요 저는 21층에 올라간걸 그 당시에는 몰랐기 때문에 저는 빨리빨리 안하냐고 잔소리 듣자마자 혼자하고 있는 서러움에 화가나서 자제들을 구르마에서 내릴때 신경질적으로 내렸고 아저씨는 잔소리하면서 혼자 라커하나 내리려고 리어카에 있는 라커를 들지만 꿈쩍도 안해서 낑낑거리길래 제가 가서 나오라 하고 라커를 번쩍 들어 냅다 던져버렸어요.
아저씨가 낑낑거리면서 혼자 하지도 못하는거 나혼자 계속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하고있는걸 보여주면서 잔소리 치지말라고 일종에 경고였어요 그러더니 혼자 건물안으로 들어가더니 작업자 3명을 내려보내줬네요
점심시간
저는 현장 철거담당 소장이 쉬는시간에 메뉴를 물어보면서 다니길래 저는 짜장면 곱배기로 달라고 해서 주차장 옆에 테라스에서 곱배기를 순식간에 먹어버리고 의자에 앉아 축 늘어져 있었는데 연장들고 해체하는 기공들은 21층에 조공들이 할일을 못찾아서 가만히 있는걸 보고는 "할 일이 없으면 일을 찾아서 해야지" 라면서 서로를 까내고 있었어요. 그걸들으면 1층은 뒤지게 힘들었는데..라고 생각함도 잠시 또 작업시작.
오후작업을 시작하니 갑자기 위에서 내려오는 자제들이 줄어 1층은 널널하게 되었어요. 진짜 사람 분배를 어지간히 못하네요. 그래서 1층에 고생했으니 오후에는 그래도 사부작사부작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오후에는 해가 건물뒤로 가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4시 20분 슬슬 작업 마무리하고 집게차와 1톤트럭들은 작업장을 벗어나고 이미 눈에 안보였고 소장님은 1층에 작업자들을 전부 20층에 올려보냈어요.
21층은 이미 끝냈고 20층을 하고 있었네요. 2일짜리 작업인데 어마어마한 속도로 처리해서 그나마 뿌듯했습니다.
이제 4시 30분 집에 갈 준비 하려고 자제들을 내일 내려보내기 쉽게 문앞에 구루마들을 옮겨놨는데 소장이 빠루를 들고 옆에 회의실과 사장실 공간을 나누고 있는 유리를 철거 해야한다고 다 때려 부숴야한다고 지금 저것부터 빨리 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빠루를 받고 저는 유리를 부수기 시작했어요. 은근 스트레스가 날라가는 느낌이라. 위험해도 퇴근이 얼마 안남아서 꾹 참고 하고있었어요 근데 유리를 부수면 유리가 크기때문에 앞뒤로 쓰러지기 때문에 재빨리 피해야 다치는걸 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옆에서 쳐야 앞뒤로 넘어지는걸 그나마 안전하게 피할 수 있어요
그러다 과장이란 사람이 와서 의자에 올라가서 위에서 부터 치면 안되냐고 했고. 저는 그래도 이게 편해서 반대쪽 유리를 치는데 과장이 따라와서 다칠까봐 그런다 의자올라가서 해달라고 해서. 고용된 인력꾼이니 그래도 고용주의 말을 따르는게 맞는거 같아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위에서 부터 치기시작했어요
높은곳에 올라가 불안불안 했지만 그래도 몇개 안남아서 열심히 치는중에 사단이 나버렸습니다.
절반정도 쳐서 반정도 남은 유리가 앞뒤가 아닌 사선으로 떨어졌고 의자위에 올라간 저는 피할 공간이 없어서 팔로 막아 버렸어요
그런데 잠시 뭔가 시원한 느낌? 이 들어서 팔을보니 유리에 베인 상처가 무진장 깊어서 다른생각이 안들고 이건 무조건 119 불러야 살 수 있다고 판단하고 바로 상처를 붙잡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철거 소장이 와서 문을 열어주고 엘레베이터를 잡아주면서 1층에서 119 앰뷸런스를 불러줬어요 그리고 상처를 붙잡고있는데 피가 안멈춰 팔토시를 벗겨서 지혈좀 해달라고 했는데 같이 일하러온 인력소 아저씨들은 구경났듯이 처다만 봤고 보다못한 철거 소장은 119통화가 끝나고 바로 팔토시를 벗겨서 이두에 진짜 강하게 묶어줬어요 그러고 앰뷸이 와서 인생처음으로 앰뷸타고 병원에 가봤어요
뼈에 붙어있는 근육부분이 잘렸고 힘줄도 뼈에서 떨어졌으며 혈관하나도 잘려서 혈관봉합수술을 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 따끔따금 거리기만 했고 아프지는 않았어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서 그런건가 그부분은 신기했네요
열심히 살아보려고 주말도 안가리고 인력소 나가는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참 하늘도 무심하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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